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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더블비젼, 아르코미술관Diplopia, Arko Art Center

참여작가 / 김실비_양아치_오민수_이은희_임영주텍스트 참여 / 아그라파 소사이어티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매월 마지막주 수요일(문화가있는날)_11:00am~09:00pm▶ 온라인 사전예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ARKO ART CENTER서울 종로구 동숭길 3 제1,2전시실Tel. +82.(0)2.760.4850www.arko.or.krwww.facebook.com/arkoartcenter

 

우리의 세기는 과학기술의 한 챕터 속에 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AI, 로봇공학, 생명공학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더 낫게 만든다는 전망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인류세 시기의 환경위기의 대안, 그리고 비대면의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개척자이자 구원자로 4차 산업혁명이 등장한다.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기업과 경제의 쏠림현상, 유한한 생명의 영생을 약속하고 신체를 증강하기 위한 생명공학 기술은 얼마나 기술물신주의에 도취되어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는 장면들이다. 일례로, 자율주행 자동차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인간 뇌와 컴퓨터를 결합하는 뇌연구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를 제시하기에 이른다. 이는 미래의 기술이 인공지능과 우리의 신체가 서로 반응하고 연쇄하는 트랜스 휴먼의 세계로 이끌 것을 예고하고, 우리는 이에 열광한다. 이처럼 기술이 그리는 매혹적인 미래의 환상은 끊임없이 재생된다. 치솟는 IT, 바이오 주식시장에 들끓는 정념들이 가득하다. ● 과학기술은 그 자체보다 자본주의 생산관계에 예속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적이다. 이익과 목적을 위해 동원된 과학기술은 구체적인 삶과 인간의 몸을 소외시키고, 기술 시스템에서 데이터화, 자동화, 금융화한다. 말하자면 최첨단의 과학기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네트워크의 세계를 보다 긴밀하게 연결하며, 물질적인 것 그리고 신체를 코드, 데이터와 같은 비물질의 흐름으로 만든다. 숙박공유, 차량공유, 배달서비스와 같은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된 공유플랫폼에서의 활동과 궤적은 신체를 삭제하고 망(net) 속의 정보 값으로 환원한다. 플랫폼 내 데이터의 생산과 소비가 비물질 노동으로 이어지는 인지자본주의에서는 사이버네틱스의 망의 세계에 예속된 것이 리얼리티가 되었다는 사실을 그리 놀랍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 2020년 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더블 비전(Diplopia)은 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의 비전을 향한 비대한 열망에 맞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학기술이 얽혀 나타나는 현상, 그리고 삶의 패턴과 신체 감각, 나아가 우리의 인식체계에 깊이 관여하는 생명정치 상황 이면의 세계를 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과학기술과 시장경제의 시스템이 인간의 활동을 예속하는 현상에서 탈주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그것이 만약 불가능하다면 기계-시스템과 같은 비인간의 상호관계 속에서 변형되는 인간주체성의 인식과 감각, 도래할 미래의 모습을 살펴본다. ● 전시는 과학기술 낙관론이 향했던 인간중심주의와 기술물신주의에 대한 전환을 시도하며, 다시 묻는다. 과학기술이 만드는 지금의 형국과 장면, 이미지를 통과하며 과학기술과 관계 맺은 사건과 현상들이 인간의 활동과 존재, 개념에 균열을 내고, 어떠한 방식의 변형을 가하고 있는가. 그리고 인간이 기계 시스템과의 대척점에서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관계 맺을 수 있도록 역전할 수 있는가. ● 다양한 형태로 펼쳐진 과학기술의 형태, 기계 시스템을 경험하며 접속하는 인간은 이제 자신이 가진 신체와 인지 조건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한편으로 인간이 정동과 관계맺음에 영향 받고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설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계적인 것의 예속 앞에서 인간은 소외되지만 기계라는 비인간과 인터렉션하는 과정은 인간중심주의적으로 과학기술을 소유하는 것에 균열을 가져온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은 기계시스템이라는 비인간과 —이질적이든 융합이든— 교섭할 틈을 열 수 있는 것은 아닐까. ● 전시의 제목인 '더블 비전'은 시각의 병리적 증상인 '복시(Double Vision)', 즉 겹보임을 의미하는 의학용어 '디플로피아(Diplopia)'를 통해 현상을 징후적으로 보면서, 내재된 이중적인 비전을 보여주고자 한다. 더블 비전은 그간의 기술물신주의의 이면의 인간소외라는 부정성의 리얼리티를 만나게 하며,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조응하는 관계를 함께 꿈꿔본다. 우리의 세기가 열망하는 과학기술을 향한 과열된 신념,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장면들, 그리고 과학기술이 자본의 생산체계와 얽힘 속에서 기계-시스템이 인간을 예속하는 상태, 이러한 예속상태에서 기계와 인간이 대치되는 것이 아닌 상호교차하는 관계 맺기 안에서 인간 너머의 장면을 겹쳐서 보기를 시도한다. 참여 작가들은 과학기술과 자본주의가 얽힌 체계에서 가려진 노동과 신체, 기계가 포착한 인류의 모습을 다루고, 이 안에서 불안의 정동, 다가올 근미래의 비전을 영상이미지와 사운드로 제시한다. 1, 2층 전시장의 겹쳐진 이중(Doubling) 구조 속 작품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해석하는 가운데, 오롯이 개인에게 남겨진 장면들은 이후의 챕터를 상상하기 위한 잠재적인 것으로 남을 것이라 기대한다. ■ 노해나